연성/글

[드리밍/센타카] Just for you

세이랸 2018. 9. 21. 23:38

※시시마루 타카오미 생일 축전 2018

※사귀는 센타카







 …분명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을 텐데 왜일까.


 주말. 평일의 등교 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의 아침. 평소라면 곯아떨어져 있었을 니토의 손에 이끌려 교실에 들어갔더니 '준비 담당: 하리미야 토우지'라고 적혀있는 듯 뻔한 대형 케이크가 책상 위에 위화감을 뿌리며 올라가 있었다. 그 옆에는 파란색, 크림색, 노란색, 주황색…… 등등으로 포장된 선물 상자가 몇 개. 형형색색의 선물 상자에 눈길을 준 니토가 배우답게 과장된 몸짓으로 케이크 앞에 걸어가 입을 열었다.


 "생일 축하해. 시시마루"


 그 후로는 진부하게. 같이 케이크를 자르고, 선물을 개봉하고, '러블리 토끼 뿅♪(니토 자체제작)' 이라고 쓰여진 토끼 귀 머리핀 세트를 내미는 니토를 한 대 때렸다. 붕 떠 있는 분위기로 해가 넘어가는 시간까지 본격적인 파티의 연속이었다. …이런 건 좋아하지 않는데도.

 어떻게든 밤늦게까지 이어질 것 같았던 파티는 "아~ 미안! 난 리허설 때문에 이쯤에서 하차!" 라는 니토의 말로, 점차 사그러지더니 자연스럽게 하나 둘 씩 기숙사로 돌아갔다.


 ―나름, 생각보다는 즐거웠던 파티였지만, 중간에 빠져나간 니토 녀석은 ……조금. 서운하다. 일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고, 그런 거로 서운해하는 건 어린 애 같은 짓인 것도 알고 있지만, 역시 언짢은 기분은 숨길 수 없었다. 차가운 콜라 한 병을 꺼내 곧장 기숙사로 돌아가기로 했다. 혼자 느긋하게 게임이나 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엑. 버, 벌써 왔어…?"

 들릴 리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눈에 비친 건 분명, 잘못 볼 리 없는 그 녀석


 "…왜 여기……"

 "아~…… 그러니까 말이지……"


 "이거, 사뒀었거든. 생일선물로"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피하는 니토의 손에는 포장도 채 마치지 못하고 리본을 반쯤 두른 한정 게임이 들려있었다. 예약 시작 당일에 일이 있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레어게임. 기숙사로 돌아오자마자 니토에게 물어봤지만, 한숨을 쉬며 놓쳤다고 해서 반쯤 포기하던 게임인데. 구입했다고? 니토가?


 "깜짝 선물로 주고 싶어서 유마삐네 방에 숨겨뒀었어."

 "리허설 얘기는?"
 "물론, 거짓말입니다~! 아무리 해도 몰래 포장할 시간이 안 나서 다른 애들이랑 짰거든~"

 내가 리허설 간다고 하고 방으로 돌아오면 30분쯤 있다가 자연스럽게 흩어지자고! 아~ 그런데 시시마루가 너무 일찍 와버려서 말이지~

 요약하면 그 망할 '러블리 토끼 뿅' 은 서프라이즈를 위한 페이크고, 이쪽이 진짜라는 말인 것 같다. 그 말이 거짓말은 아닌 듯 방 곳곳에 포장도구나 과자봉지들이 뒹굴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행복이라는 건 이런 걸까. 멋쩍게 웃는 니토와 처음 겪어보는 연인다운 서프라이즈에, 나는 붉게 미소가 번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어쨌든 그런 느낌으로, 둘만의 서프라이즈 파티입니다~ 생일 축하해. 시시마루"


 둘만의 파티. 아까까지의 시끄럽고 정신없는 파티가 아닌, 연인과 단둘이. 방에서 즐기는 파티. 조금 마음이 느긋해지는가 싶더니 바로 니토에게 팔을 끌려 소파에 앉혀졌다. 바로 옆에 앉은 니토와 눈이 맞는다. 지긋이 바라보는 깊은 녹안에, 물들여질 것 같아 급하게 포장되다 만 게임으로 눈을 돌렸다.


 "저 게임, 하나밖에 못산 거지?"

 "당연하지~ 하나 예약하기도 어려웠는데"

 "나한테 주면 넌 어쩌게"

 "응? 내 생각해 주는 거야? 아아~ 상냥마루 상냥오미~ 난 됐어. 애초에 시시마루 주려고 산 거고?"

 "그렇지만……"


 빚지는 느낌에 답지 않게 말꼬리를 흐렸다. 말로는, 필요 없다느니 주려고 산 거라니 하지만 예약 시작 몇 주 전부터 거의 매일 공식 사이트를 체크하던 게임이었다. 게다가 예약일에 내 생일을 알고 있었을 리가 없다. 분명 본인을 위해서 산 거겠지. 괜찮을 리가 없다. 이대로 얌전히 게임을 받으면 그동안의 정성을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 들 것 같아서 눈빛으로 몇 번이나 되물었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주는 거니까 괜찮아."
 '좋아하는 사람'

 "받아줄 거지?"


 좋아하는 사람. 이라는 말을 머릿속으로 몇 번 곱씹었다. 몇 달을 기다려온 한정 게임을 기쁘게 넘겨줄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 그저 옆에 앉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질 정도로 소중한 사람. 니토와 내가 사귀고 있다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져서 온몸에 열이 올랐다. 앞머리가 길어서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붉어진 얼굴을 가리며 조금 떨리는 손으로 완전히 포장지를 벗겨낸 게임을 받았다.


 "그럼~ 더 하고 싶은 거 없어? 생일이니까 뭐든 해 줄게."


 뭐든 이라고 해봤자 이미 밖은 어둡고, 학교에서의 파티로 지쳐있는 상태에서 생각나는 게 있을 리 없었다. 한참을 생각하다 결국 별수 없이 TV 화면을 켜고 게임을 세팅했다. 연결을 끝내고 뒤를 돌아보니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눈을 마주치며 웃는 니토가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붉은 채로 가라앉지 않는 얼굴을 손등으로 만지며, 나는 얌전히 니토의 옆자리로 돌아와 풀썩 주저앉았다.


 "시시마루, 얼굴 빨갛지 않아?"

 놀라서 변명하기도 전에 TV 화면에 GAME START라는 문자가 떠올랐다. 좋은 타이밍.





 "―자아, 이제 더 원하는 건? 생일 얼마 안 남았어."


 쉬지도 않고 몇 시간을 플레이 한 니토가 데이터 세이브를 마친 후, 기지개를 켜며 물었다. 시간은 11시 30분 언저리. 조금만 있으면 생일이 끝나는 시점이었다.


 "……이제 없어"

 "에~ 그러지 말고 하나만!"


 사실, 딱 하나 바라는 게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것만은 생일의 힘을 빌린다 해도 부끄러워서 도저히 말로 할 수 없었다. 이왕이면 말하지 않고 생일을 끝내버리기 위해 질문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아직 하고 싶은 거 더 남았잖아. 알고 있어. 시시마루"

 "……"

 "넌 거짓말 못 하니까."

 코앞에서 추궁당해버렸다. …아. 이 정도로 들켰다면 이제 수가 없으려나. 아마 말하기 전까지는 자러 가게 두지 않겠지. 그 생각에 결정타라도 던지듯 오른손에 니토의 손이 겹쳐져 왔다. 가속하기 시작한 심장박동이 빠르다. 정말이지, 대체 저 녀석은……


 "…안겨서 자고 싶어"

 "응?"

 "그, 그러니까, 너한테 안겨서, …자고 싶다고"

 "…시시마루?"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서 상황파악조차 못 한 채로, 정신을 차려보니 익숙한 샴푸 향에 가둬져 있었다.


 "아~ 시시마루, 방금 엄청 귀여웠어."
 "무, 무슨……"

 "지금 당장 해줄게. 잘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항할 틈도 없이 손목을 잡힌 채로, 걸음을 멈추는 일 없이 곧장 2층의 침대로 향한다. 묘하게 들뜬 듯한 니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괜히 말했다고 다 들리도록 중얼거렸지만, 정작 본인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 바람에 내 혼잣말은 공중으로 사라져버렸다.


 "누워. 시시마루"

 "…그런 거라도 하는 듯한 투로 말하지 마"

 "왜? 할까?"

  쓸데없는 말을 의식해 버린 건지 갑자기 밀려온 창피함에, 니토의 뺨을 가볍게 꼬집고서는 빠르게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썼다. 


 "에, 시시마루? 그러면 안아줄 수가 없는데?"
 "……"

 "시~시~마~루~? 안 나오면 이불까지 통째로 안아버릴 거야? 김밥처럼?"


 가벼운 투로 말하는 협박 아닌 협박에 살짝 이불을 내렸더니, 침대로 뛰어들듯 누운 니토에게 그대로 안겨버렸다. 아까도 맡았던 샴푸 향이 주변을 감싸 안는다. 짜증 나게 높은 체온에 무방비하게 잠들어버릴 것 같아서 온몸에 힘을 줬다. 내 머리를 가볍게 만지며 완전히 주도권을 잡아버린 니토가 이불을 매만져 벗겨버렸고, 그 틈만큼 더 가까이 끌어안았다. 갑자기 줄어든 간격에 움츠러든 몸을 쓰다듬으며 긴장을 풀어주는 혼자만의 여유로움에, 왜인지. 열이 받았다. 한 침대에서, 같은 체온을 공유하는 시간. 평소에는 절대 먼저 제안하지 않는 시간이다. 심호흡을 해 봐도 역시 부끄러워서 지금이라도 빠져나올까 생각해 버리는, 익숙해지지 않는 시간. 그렇지만,


 "타카오미. 좋은 냄새 나"


 ……생일 정도는, 이런 것도 나쁘지 않으려나. 작게 속삭여지는 목소리에, 22일의 끝을 맞으며 꿈속으로 의식을 떨어트렸다.





 ―니토 녀석이 내가 무방비하게 뜯어 놓은 택배로 생일을 알아냈다는 걸, 알아챈 건 다음 날의 아침. 명색이 애인인데 생일 하나 제대로 안 알려줬다며 투덜대는 니토에게 오전 내내 시달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