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습은 매보다 곱고 백조보다 강인한, 숲 속을 누비는 불사의 날개였다.
사람이 사람에게 돌리는 감정을 사랑이라는 한마디로 얼버무릴 수 있을까. 그렇다면 자신은 그녀를 사랑하고 있을까. 해답을 찾지 못해도 시간은 흘러간다. 해는 뜨고지고 은행잎은 떨어진다. 나뭇가지 하나 붙잡지 못하고 떨어져 나간 은행잎이 퍽 초라해 보여 그것을 주워보지만, 다시 나무에게로 돌아가는 일은 없이 그저 그의 손에 얌전히 놓여있었다. 강인한 나무에게 한낱 나뭇잎 따위는 인생에 스쳐 가는 바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이, 왜인지. 너무나 차가워 보여서. 유우토는 그 나뭇잎을 놓는 것 조차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주머니 속에 넣어버렸다.
은행잎은 그의 주머니 속에서 조금씩 말라 바스러져 갔다.
그녀는 한 마리의 새였다.
산이든 바다든 자신이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날아갈 수 있는 강인한 사람이었다. 남의 눈은 신경 않고,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는 당당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를 동경했다. 자신과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가 놀라웠다. 자신은 갖지 못한 자유를 조금은 질투했다. 아주 조금이라도, 그녀의 쾌청에 닮아가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만큼 그녀의 모든 모습을 좋아했다. 유우토는 매처럼 자유로운 세이유이의 곁에 있고 싶었다. 그러면 자신까지도 날아오를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낱 잎에 불과한 그는 날아오를 수 없었기에, 그는 한 발자국 물러났다.
그렇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마음은 조금씩 말라 바스러져 갔다.
*
사람이 사람에게 돌리는 감정을 사랑이라는 한마디로 얼버무릴 수 있을까. 그렇다면 자신은 그녀를 사랑하고 있을까. 해답을 찾지 못해도 시간은 흘러간다. 해는 뜨고지고 눈은 쌓여간다. 새하얀 절경을 바라보며 눈송이보다도 하얀 그녀를 떠올린다.
사실, 그녀의 투명한 태도를 조금은 무서워했다. 누구에게나 달라지지 않는 그 맑음은 마치 선인으로 점철된 자신의 인생을 부정하는 듯 보였다. 그럼에도 내치는 일 따위 할 수 없었다. 어쩌면 내심 그녀가 자신을 구원할 수 있을 거라고, 이 세상의 무엇보다도 강한 그 화살로 꿰뚫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화살은 자신보다도 높은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기에 그는 또다시 한 발자국 물러났다.
물러난 끝에 닿는 것은 없었다. 구원도 절벽도 없는, 그저 땅속 깊이 파묻힌 듯한 막막함 뿐이었다. 그녀의 화살은 유우토의 껍데기를 향하지 않았고, 유우토는 구원받지 못했다. 그는 더 이상 떨어진 은행잎을 줍지 않았다. 일방적인 욕심에 의미 따위 없다는 걸 깨달아 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해버릴 정도로, 그녀를 좋아했다. 자신을 구원하지 않고 더 넓은 하늘로 날아간다면 그거야말로 바라던 바이니라.
푸른 하늘을 등지고 미소 짓던 그 모습은 매보다 곱고 백조보다 강인한, 숲 속을 누비는 불사의 날개였다.
+삭제한 부분
그녀는 백조처럼 아름다웠다.
그녀의 손을 거쳐 탄생한 의상들은 아름다웠고, 그 옷을 입은 그녀는 마치 첫사랑에 빠질 듯 눈부셨다. 하얀 머리칼과 붉은 눈, 누군가는 괴물이라고 불렀던 두 뿔조차 사랑스러웠다. 그녀의 모든 것은 아름다웠다. 겉뿐만 아니라, 속까지도. 자신과는 다른 눈으로 사람을 바라보는 그녀가 신기했다. 그녀의 속을 조금 부러워했다. 조금이라도, 닮아가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낱 잎에 불과한 그는 날아오를 수 없었기에, 그는 또다시 한 발자국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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